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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환자 다리 저림... '신경' 문제일까, '혈관' 문제일까?
당뇨병을 오래 앓다 보면 다리 저림이나 화끈거림, 감각 저하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증상이 모두 같은 원인에서 비롯된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당뇨성 말초신경병증과 말초혈관질환 두 가지가 주요한 원인인데, 두 질환은 증상은 비슷하지만 발생 기전과 관리 방법이 전혀 다릅니다. 혼동하기 쉬운 만큼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뇨성 말초신경병증… 고혈당이 신경 손상시켜
당뇨성 말초신경병증은 고혈당으로 인해 신경세포와 그 주변의 혈관이 손상되면서 발생합니다. 혈당이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면 신경에 영양을 공급하는 미세혈관의 기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신경이 손상되어 감각 이상을 초래합니다. 초기에는 발끝부터 시작해 점차 발 전체, 그리고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형태로 증상이 진행됩니다. 환우들은 발에 '저린다', '바늘로 찌르는 듯하다', '화끈거린다', 혹은 '감각이 둔하다'는 표현을 자주 합니다. 통증이 심해 밤에 잠들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특징적인 점은 증상이 대칭적으로 양쪽 발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말초혈관질환… 혈관 막히는 것이 원인
반면 말초혈관질환은 혈관의 동맥경화로 인해 다리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어 발생합니다. 이때는 다리에 충분한 산소와 영양이 공급되지 않아 증상이 나타납니다. 초기에는 운동 시 통증이 나타나다가 휴식을 취하면 사라지는 '간헐적 파행'이 대표적입니다. 진행되면 가만히 있을 때도 발에 차가운 느낌이나 창백함, 피부색 변화, 심한 경우 상처가 잘 낫지 않거나 괴사가 생기기도 합니다. 말초신경병증과 달리 증상이 비대칭적으로 나타날 수 있고, 한쪽 다리에만 더 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혈당·혈압 조절은 기본, 금연과 꾸준한 운동 병행해야
두 질환 모두 조기 발견과 관리가 중요합니다. 말초신경병증의 경우 철저한 혈당 조절이 가장 기본입니다. 여기에 신경의 회복을 돕기 위해 비타민 B군 등의 신경영양제를 사용하며, 신경통증에 관련한 약을 써볼 수 있습니다. 발의 감각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발 관리도 중요합니다.
말초혈관질환의 경우 역시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관리가 기본이며, 금연이 필수입니다. 약물치료를 통해 다리의 혈류를 개선하고, 꾸준한 유산소 운동은 혈관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증상이 심하거나 혈류가 현저히 떨어진 경우에는 필요한 경우 혈류 개선을 위해 최소침습 수술로서 경피적 풍선확장술 등을 시행하기도 합니다만 초기에는 생활습관 개선과 보존적 치료로도 증상 완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자가 판단 금물, 전문의 통해 정확한 원인 진단해야
다리가 저리고 아프다고 해서 모두 같은 질환은 아닙니다. 당뇨병이 있다면 신경병증과 혈관질환 모두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증상의 양상과 진행 형태를 잘 살펴야 합니다. 양쪽 발의 대칭적인 저림과 화끈거림이라면 말초신경병증을, 한쪽 다리의 차가움과 보행 시 통증이 심해진다면 말초혈관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증상이 나타났을 때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 정확히 감별하고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두 질환 모두 꾸준한 관리와 치료로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방치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