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음식을 먹으면 속은 아프지만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느낀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많은 날이면 매운 음식을 찾는 사람이 많다. 혀가 얼얼하고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다. 그런데 먹는 순간은 스트레스가 풀리지만, 그 후가 문제다. 매운 음식을 과하게 먹으면 속이 쓰린 것은 물론, 항문이 타는 듯한 통증과 화끈거림을 경험할 수 있다. 매운 음식을 먹은 다음날이면 왜 항문이 따가울까?
매운맛은 통증으로 뇌가 감지한다. 우리의 혀는 단맛, 짠맛, 신맛, 쓴맛만 알 수 있다. 음식이 매운맛을 내는 건 캡사이신 때문인데, 캡사이신은 혀에서 바닐로이드 수용체(trpv1), 일명 캡사이신 수용체와 결합한다. 이러한 수용체들은 자극을 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우리 뇌는 이 자극을 열에 의한 통증으로 인식한다. 혀에서 얼얼한 느낌이 드는 이유이다.고추, 후추 등 양념의 매운 성분은 소화기에서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변으로 배설된다. 문제는 항문 주변의 신경이 입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매운 음식을 먹고 나면 항문에서 작열감을 느낀다. 고추 등에 들어있는 소량의 캡사이신은 대장에서 전부 흡수하므로 항문을 통해 배출되지 않는다. 그러나 캡사이신이 많은 불닭이나 마라탕 등은 대장에서 채 흡수되지 못한 캡사이신이 대변을 통해 배출된다. 이때 항문에 있는 캡사이신 수용체와 다시 한번 결합하게 된다. 먹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열에 의한 통증이 생기는 것. 즉, 통증 부위가 혀에서 항문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항문에서 작열감을 느끼는 것이다. 또한 매운 음식 소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성물질이 항문을 자극하여 열감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자극은 항문 주변 조직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피부를 자극하여 따가움과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캡사이신 수용체의 양과 분포는 사람마다 다르다. 매운 걸 잘 먹는 사람은 그만큼 캡사이신 수용체가 적어서 뇌에 전달되는 고통도 적다. 그리고 항문에 캡사이신 수용체가 적어서 통증이 없는 사람도 있다. 매운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항문 작열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한편, 매운 음식은 실제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준다. 통증을 느낀 뇌가 엔도르핀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엔도르핀은 고통과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호르몬으로 고통의 크기가 증가할수록 분비량도 늘어난다. 그러나 매운 음식이 위점막을 손상시킨다. 따라서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이라면 지나치게 매운 음식은 피하고 3일 정도의 주기를 두는 것이 좋다.